CDC 6600 |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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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C 6600

 1964년, 한 작은 회사의 연구소에서 신기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 프로젝트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컴퓨터를 만들자는 도전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시모어 크레이, 그리고 그의 열정적인 팀원들이었다. 그들은 기존의 느리고 비효율적인 컴퓨터에 불만을 품고, "왜 우리는 더 빠르고, 더 강력한 컴퓨터를 만들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손으로 바로 그 해결책을 만들어내겠다고 결심했다.

그들의 첫 번째 목표는 당시 가장 빠른 컴퓨터인 CDC 1604의 성능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CDC 1604는 이미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지만, 크레이와 그의 팀은 "이것보다 50배 더 빠른 컴퓨터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그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성능을 조금씩 늘려가기로 했고, 5년 내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길고 힘든 개발이 진행될수록, 크레이는 기존의 반도체 기술이 한계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저마늄 반도체는 온도 변화에 약했고, 이는 컴퓨터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칠 위험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새로운 소재인 실리콘 반도체가 등장했다. 크레이는 망설이지 않고 이 실리콘 반도체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그 선택은 이후 엄청난 성과로 이어졌다. 실리콘 반도체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며 기존의 컴퓨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제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크레이는 회사의 경영진과 마찰을 빚게 되었다. 회사는 비즈니스 컴퓨터를 만들라는 압박을 가했지만, 크레이는 성능을 극대화한 슈퍼컴퓨터를 만들고자 했다. 결국 크레이는 경영진과의 대면에서 타협을 봐야 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소를 위스콘신 주 치파와에 설립하고, 더 이상 경영진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2년 간의 개발 끝에 1964년, 드디어 그 결과물인 CDC 6600이 세상에 등장했다. CDC 6600은 당시 IBM의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IBM 7030보다도 3배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그것은 단순히 컴퓨터의 성능을 넘어선 혁신적인 기계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이제 컴퓨터는 이렇게 발전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다.

CDC 6600의 발표 직후, IBM의 CEO였던 토마스 J. 왓슨은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며 "우리가 어떻게 선두 자리를 빼앗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CDC 6600의 등장으로 미국의 슈퍼컴퓨터 시장은 새롭게 뒤바뀌었고, 그 기술은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CDC 6600은 그 성능 덕분에 대규모의 연산 작업을 필요로 하는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었고, 특히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CERN, UC 버클리의 방사선 연구소 등에서 그 성능을 극대화하며 핵실험과 과학적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CDC 6600은 그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연산 능력을 제공하며, 슈퍼컴퓨터의 시대를 열어갔다.

CDC 6600의 구조는 그 자체로 혁신적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컴퓨터들이 하나의 CPU가 모든 연산을 처리하던 방식이었다면, CDC 6600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CPU는 오직 산술과 논리 연산만을 처리하고, 다른 작업은 별도의 프로세서에게 맡겼다. 이를 통해 CPU는 단순하고 간단한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 컴퓨터는 10개의 연산 유닛을 병렬로 연결하여 동시에 여러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되었고, 그로 인해 슈퍼스칼라 구조의 초기 형태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당시 "슈퍼스칼라"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구조는 후에 RISC 아키텍처와 밀접한 연관을 갖게 되었다. 또한, 부동소수점 연산 유닛이 4개나 있어, 복잡한 과학적 계산을 매우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메모리는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관리되었다. 사용자 프로그램은 메모리의 인접한 영역만을 사용할 수 있었고, 메모리에 대한 접근은 별도의 제어 장치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는 메모리 사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당시의 컴퓨터들에 비해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보장했다.

CDC 6600의 성공은 그 자체로 혁명적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기계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슈퍼컴퓨터의 미래를 열어가는 신호탄이었고, 그 기술은 수십 년 후의 컴퓨터 과학과 공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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